[칼럼] 비문증

맑은 샘물에 낙엽이 떨어지면 그 낙엽의 그림자가 샘물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현상처럼 투명한 유리체에 어떤 이유이든 간에 혼탁물이 생기면 망막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러한 혼탁물이 있는 사람은 눈앞에 까만 점, 실, 먼지모양 등의 어른거리는 검은 물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어떤 벌레가 휙 지나가는 느낌도 들고, 눈에 눈곱이 낀 것 같은 답답함을 느껴서 눈을 비비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 그 물체가 눈을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니고 밝은 곳에서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된다.

유리체 부유물에 의한 이러한 증상을 비문증이라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여러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유리체의 노화로 인하여 후유리체박리가 생겼을 때 가장 흔하며, 근시환자 특히 고도근시에서 잘 나타나고 갑작스럽게 발생하기도 한다.
그 외에 망막일공에 의한 유리체 출혈, 혈관 질환으로서 당뇨병성 망막증, 고혈압이 있는 환자 그리고 유리체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증세는 혼탁의 정도에 따라 그리고 혼탁의 모양에 따라 벌레모양, 가루를 뿌린 것 같은 모양, 벌모양이나 점 그리고 어떤 부위를 가리는 정도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질환 자체는 시력저하를 나타내지도 않고, 유리체 부유물 자체를 제거해야 되는 질환은 아니나, 대개 망막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망막질환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에 정확한 안과적 검사로 이후에 생길 수 있는 무서운 안질환, 특히 망막질환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문증은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생기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

수술해서 없애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우물 속의 올챙이 알 몇 개를 없애기 위해서 우물을 다 들어내어 청소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자주 묻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 보이는 혼탁이 조금 줄어들기도 하고 다소 늘어나기도 하면서 계속 보일 것으로 추측되기는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집주치의 :이정훈